[스크랩] 등산의 안전수칙
〈등산의 안전수칙〉
등산준비하기, 안전수칙
지난 호에서는 산의 존재이유와 인간의 행위에 대한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의문을 던지면서 끝냈습니다.
21세기의 화두는 환경이라고 합니다. 수백년 동안 자연을 이용만 해오다가 재앙의 조짐이 보이자 인간들이 화들짝 놀란거죠.
등산도 자연을 이용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일단 인간의 손발이 닿으면 그 순간 자연은 망가지기 시작하니까요. 환경을 고려해서 등산도 이제 그만둬야할 때가 왔나 봐요.
하지만 그만두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것들이 우리의 발목을 잡습니다. 미지에의 모험, 순수한 열정, 숭고한 희생정신, 냉철한 판단력, 우러나오는 우정 등 등산의 고산적 가치들을 이제 어디서 찾죠?
회색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이런 가치들을 찾으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입니다. 환경을 고려해 산속 깊이 들어서지 말고 산 주변에서 쳐다보기만 하고 돌아서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다고 진정한 등산의 가치들이 이해될까요?
다행스러운 것은 자연도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연의 치유능력을 넘어서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쓰레기 되가져오기, 세제 쓰지 않기, 등산로 이탈하지 않기, 음식찌꺼기 땅에 묻기 등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켜내려는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우리의 책임입니다.
이 만화교실을 진행하는 도중 곳곳에 환경에 대해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 하는 점들을 다루겠습니다.
이제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와 봅니다. 등산에 나서기 전에 무엇을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할 일 없고 심심해서, 남이 가자니까 나서는 산행은 등산이 아닙니다. 산보에 불과한거죠.
우선 산을 오르려면 지식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안전하고 즐거운 길을 찾을 줄 알아야 하니까요. 나와 내 동료들의 즐거움을 위해 야영, 운행, 확보, 하강, 암빙벽등반, 구조 등에 대한 기술을 알아야 합니다.
다음은 체력입니다. 등산은 땀을 요구합니다. 암벽등반은 더욱 종합적인 체력을 요구합니다(체력이 좋으면 자신의 수준을 빨리 높일 수 있습니다).
체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정신력입니다. 체력이 어느 정도 달성되면 행위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것은 바로 정신력입니다. 지구력이라고 표현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자신감이 지나쳐 과신으로 이어지면 스스로 위험에 빠쟈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감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한 정신력입니다.
판단력, 특히 등산에서의 판단력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측면이 매우 강합니다. 장비를 다루어 보고 기술을 구사해 보면서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죠.
산에서는 항상 새로운 상황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상황들을 경험에 의해 분류되고 기술로 발전되어 현재 우리가 배우고 있는 기술체계로 정리된 것입니다.
하지만, 산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상황이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런 불확실성은 바로 등산의 묘미를 배가시키고, 도전정신을 일깨우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극의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초보자인 당신이 부단히 산에 올라 경험을 쌓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설악산을 한번 다녀오고 나서 설악산을 다 안다는 듯이 말하는 사람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이 사람은 산의 속성을 모르기에 자신감에 차 있는 것입니다.
설악산이나 지리산을 1년에 여러 번씩 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갈 때마다 신중합니다. 경험이 그를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험자들은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안전수칙을 몇 가지 세웠습니다.
첫째, 최소 세 사람이 동행하라.
한 사람이 다치면 한 사람은 다친 사람을 보호하고, 한 사람은 구조를 요청하러 가야할 최소 인원이니까요.
둘째, 함께 간 사람들과 떨어지지 말라(팀을 쪼개지 마라).
누가 다쳤어도 다른 사람이 그가 다친 것을 알 수 없으므로 도와줄 수가 없겠죠.
셋째, 리더(경험자)의 말에 따르거나 대다수의 의견에 따르라.
안 그랬다가는 지리멸렬되어 일부 또는 전부가 사고를 당하기 쉽습니다. 함께 힘을 합쳐 헤쳐나오는 것이 가장 현명한 판단입니다.
넷째, 루트를 정하거나 돌아서야할지 망설여질 경우 욕망이 판단을 앞서지 않도록 하라.
능력에 맞지 않는 루트나 앞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길로 들어서지 말라는 뜻입니다.
다섯째, 필수 장비와 의류, 그리고 식량은 항상 배낭에 넣고 다녀라.
아무리 작은 산을 오르더라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므로 이것 것들을 항상 배낭에 넣어둬야 합니다.
여섯째, 당신이 어는 산 어느 코스를 간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반드시 알려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산에서 실수로 사고를 당해 실종돼도 아무도 찾아줄 수 없어요.
일곱째, 항상 즐겁게 산행하라.
나뭇가지가 성가시고, 땡볕에 가파른 오르막이 지속돼도 즐거운 마음으로 오르세요.
여덟째, 여러 등산서적에 적힌 교훈을 따르라.
그 교훈들은 오랫동안 쌓인 경험에서 나온 것들이기에 우리에게 급박한 상황이 닥쳤을 때 행동지침이 되어 줍니다. 안전을 보장해주는 것이죠.
지금까지 설명한 안전수칙은 등산 전반에 걸친 것으로, 특히 초보자에게 필요한 사항입니다. 상급 등반기술로 들어가면 더욱 복잡한 안전수칙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험자들은 이런 안전수칙을 무시하기도 합니다만, 그것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 도래할 위험성을 이미 계산에 넣고 등산에 돌입한 것입니다. 즉 '계산된 위험'이라는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죠.
다음 호부터는 '계산된 위험'을 위해 마련해야할 장비들의 기능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출처 : 월간 산, 2003년 7월, 악돌이의 만화등산교실, 글쓴이 박영래 차장〉